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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임상심리

주지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프로파일러의 방어기제

by sonjit 2024. 11. 19.

우리가 진정으로 믿고 신뢰하는 누군가에게 배신당한다면 어떤 감정이 들까요? 그 사람에게 원망과 분노를 나타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인데 어떤 사람은 배신당했다는 감정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주지화(intellectualization)'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합니다. 이 글에서는 유명 드라마에서 보여준 주지화의 한 가지 사례를 검토하면서 주지화가 무엇이며, 이러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정신 태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프로파일러

✼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프로파일러의 후회

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는 마지막 회에 가서야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프로파일러 장태수는 희대의 연쇄 살인마들에게 자백을 받아내는 유능한 범죄행동분석관입니다. 프로파일러는 범죄자의 심리를 냉철하게 읽어낼 수 있는 통찰력을 소유한 지성인이지만 정작 자신의 심리를 다루는데 미성숙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는 딸이 동생인 아들을 살해하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으로 인해 아내와 갈등하다가 이혼하였고 딸과는 아주 서먹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드라마 속의 딸은 사이코패스처럼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여느 사람과 다른 섬뜩한 모습으로 비칩니다. 사실 딸은 프로파일러 아빠와 가장 닮은 모습을 보이는데 경찰서에서 조사받을 것을 대비해서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며 거짓말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이 드라마를 시청한 사람은 초반에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딸인 하빈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드라마의 결말을 맞이하면서 아빠인 장태수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엄마를 자살에 이르게 한 범인에게 복수하려는 딸을 제지하는 프로파일러 장태수는 드디어 딸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네가 정말 하준이 죽였어?" , "그래 알아. 아빠가 너무 늦게 물어봐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하빈아"  어째서 장태수는 이토록 뒤늦게 진실을 확인한 걸까요?

 

✼ 주지화 - "나는 다 알고 있어! 하지만..."

주지화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에서 등장하는 미성숙한 방어기제입니다. 이것은 자아가 불편한 감정을 줄이거나 사라지게 하려고 논리적인 추론이나 추상적 사고를 사용하여 감정을 억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지화는 어떤 상황으로 인해 생겨난 감정을 분리해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지적인 해석을 통해서 불안을 잠재워 결국 감정을 무의식의 영역으로 억압하는 것입니다. 자기 마음을 쉽게 드러내서는 안 되는 직업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지화를 방어기제로 사용하기 쉬운데,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프로파일러나 심리상담사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 그러합니다. 드라마 속의 아빠인 장태수는 딸이 동생인 아들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으로 인해 생겨난 불편한 감정을 프로파일러다운 논리와 장황한 설명으로 해소하려고 하였지만 이러한 억압된 감정은 그의 삶 속에서 독을 품고 도사리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드라마 속의 딸은 그러한 부모의 의심이 만들어낸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가진 인물로 보이고 실제로 범죄로 이어질 위기를 겪습니다. 가장 친밀한 대상이 되어야 할 부모가 사실은 가장 끔찍한 배신자였습니다.

 

심리상담사나 정신과 의사는 매일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데 그중에는 아주 짜증스럽게 만드는 내담자나 환자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문제를 겪고 있는 우울한 사람들인데 이러한 사람을 대상으로 일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불편하고 우울한 감정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불편하고 우울한 감정을 고급스러운 단어와 지적인 해석으로 해소하려는 주지화는 결국 파국에 이를 수 있는데 국제 학술지 ⌜Cureus⌟의 보고에 의하면 정신과 의사의 자살률이 일반인의 2배에 달합니다.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자연스럽고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자기감정을 주지화로 해결하려는 것은 병적인 지성화 상태에 도달한 것을 의미합니다. 무의식에 억압된 감정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몸속을 떠돌아다니며 표현되기를 요구합니다. 이것은 마치 유해가스를 차단하려고 강하게 억누른 것과 같은데 결국 한계점에 다다르면 터질 수 있습니다. "나는 다 알고 있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치면서 

심리치료에서 가장 소중한 도구는 치료자 자신입니다. 그러므로 심리상담사나 치료사는 자신을 분석하는 개인 분석 과정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유능한 심리치료사는 매우 오랜 시간 다른 심리치료사를 통해 도움을 받은 사람입니다. 또한 배신하기 쉬운 사람이 아니라 자연이나 취미와 같은 활동으로 정신과 마음에 위로와 쉼을 얻어야 합니다. 강아지와 고양이처럼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유머는 우리의 뇌에 부작용 없는 행복감을 더해줍니다. 어쩌면 주지화는 감정적으로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우리를 보호해 주는 방패가 되지만 우리의 모든 삶 속에서 이 방패를 들고 있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주인공이 보여준 방어기제인 주지화에 대해서 정리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