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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임상심리

적지않은 여성이 아빠 닮은 남자와 결혼하고 불행하다고 말하는 이유

by sonjit 2024. 10. 28.

부모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할 수 없지만 배우자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종종 사람들은 의지가 아니라 무의식에 의해 현명하지 못한 선택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적지 않은 여성이 아빠 닮은 남자와 결혼해서 불행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결혼을 계획하는 여성이라면 생각해 볼 만한 부면을 살펴보겠습니다.

결혼식

✼ 프로이트의 '반복강박'

결혼식장에 가보면 이따금 신부 아버지가 딸을 신랑에게 건네주고 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아빠랑 결혼할 거야!"라고 말했던 그 해맑고 사랑스러운 딸이 어느덧 성장에서 부모 곁을 떠난다니 만감이 교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사랑스러운 딸이 아빠 닮은 남자와 결혼한다고 하니 마지못해 승낙은 했는데 왠지 불길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심리상담을 해보면 아빠랑 관계가 좋았던 딸들이 아빠와 닮은 남자와 결혼하기보다 오히려 적지 않은 여성이 그렇게 싫어했던 아빠와 닮은 남자와 결혼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 이론에서 '반복강박'(Repetition compuls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것은 사람이 어떤 사건이나 환경을 반복해서 경험하려는 심리적 충동으로 이러한 심리가 사건을 강박적으로 수행시키거나 해당 사건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을 높이는데 정작 자신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여성은 매우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아빠를 싫어해서 아빠를 멀리하였는데 이후에 다정해 보이는 어떤 남자와 결혼해서 보니 남편이 자기 아빠와 똑같다는 것을 알고 놀랍니다. 이 여성은 남편에게서 결코 아빠의 부정적인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작 자신은 엄마가 아빠에게 보였던 행동을 그대로 재현하였을지 모릅니다. 사실 이 여성의 무의식 속에 생성된 '반복강박'은 자신이 성장한 환경의 조건을 다시 만들어내고 당시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렇게 싫어했던 결과가 재현되는 것에서 크게 실망하고 엄마처럼 팔자를 탓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우리가 선택하는 사랑은 결코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사랑할 대상의 발견은 이미 결정된 이전 관계의 재발견이기도 하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우리는 프로이트의 말처럼 자칫 무의식에 의해 사랑의 대상을 선택하고, 그 대상을 고유하고 독립된 존재로 보기보다는 자신이 바라는 모습으로 투사해서 판단하는 것은 아닐까요? 

 

✼ 소녀에게 '자아 정체성'이 중요한 이유

자아 정체성은 스스로 생각하는 자기 상을 말하는데, 유대인 심리학자인 에릭슨은 청소년기가 자아 정체성을 갖는 중요한 시기임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는 12세에서 20세에 해당하는 이 시기를 심리사회적 유예기간으로 명명하면서 이 시기에 청소년이 자신의 역할과 능력을 시험하고 인생관이나 가치관을 확립하는 시기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는 이 시기를 성공적으로 보내면 자아 정체성이 확립되고 사회적 관계 형성이 이루어지면서 인간관계나 성적인 부면에서 사랑이 되지만 반대로 이 시기에 발생하는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난잡함이 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자아정체성이 형성되는 청소년기는 소녀들에게 매우 중요한데 이 시기에 부모에 의해 방임이 되면 소녀들은 사회적 폭력에 쉽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특히 부모가 이혼하여 아빠로부터 돌봄을 받지 못하면 소녀들은 이 시기에 자아 정체성이 올바르게 형성되지 못하고 자칫 잘못된 대상을 찾게 되는데 바로 아빠를 대신할 남성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실제로 어린 소녀들이 나이 많은 남성들의 성적, 신체적 폭력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청소년기 아빠의 부재는 소녀들에겐 매우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러한 소녀가 성인이 되어 지적으로 학문적으로 성취를 이룬 여성이 되어도 어처구니없게도 자신이 그렇게 싫어했던 아빠의 모습을 닮은 남편을 마주하며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러한 여성에게 어째서 지금의 남편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물어보면 자기가 남편을 왜 좋아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며, 막연히 이전부터 잘 알았던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말합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서둘러서 관계를 맺고 결혼하려는 여성의 마음에는 아빠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려다 실패한 소녀의 모습이 남아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프로이트의 '반복강박' 이론처럼 무의식적으로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면의 모습을 차분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마치면서

자아 정체성이 잘 형성된 여성은 아빠의 대역이 아니라 자신과 평생을 함께할 괜찮은 남자를 찾을 것입니다. 평생을 함께할 남자를 찾는 것이 맞다면 그가 아빠처럼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남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질 만큼 시간을 두고 서두르지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교제 중에 강압적 통제를 시도하는 남자는 폭력을 행사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상대방을 변화시키려는 성향의 남성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인지 잘 관찰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글에서는 적지 않은 여성이 아빠 닮은 남자와 결혼하고 불행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무엇이며, 결혼을 계획중인 여성이라면 생각해 보아야 할 몇 가지 부면을 정리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