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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임상심리

개인이 집단속에서 고릴라가 되는 이유

by sonjit 2024. 11. 26.

코코는 197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에서 태어난 고릴라로 1000개의 수화를 사용하였고 2000개의 영어단어를 인지하였다고 합니다. 코코는 수어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관람객에게 "나는 인간을 사랑해요", "지구를 보호해 주세요"와 같은 의미의 수어를 사용해서 놀라움과 감동을 주었습니다. 고릴라재단은 코코가 인간의 언어로 대화가 가능한 유인원이며, 이러한 영장류의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환경운동가로도 이름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로빈 윌리엄스와 같은 배우들이 고릴라 코코와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자 이에 고무된 대중은 재단에 큰 기부를 하면서 애정을 나타냈습니다. 고릴라 코코는 정말 인간과 수어로 대화를 나눈 특별한 유인원이었을까요? 이 글에서는 인간이 어떠한 상황에서 고릴라보다 못한 존재가 되는지 살펴보고, 인간이 고릴라가 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수어하는 고릴라

 

✼ 질문하지 못하는 고릴라

유인원의 인간 언어 학습능력 연구는 1930년에 시작되었는데 1980년에 들어서는 대부분의 연구가 중단되었습니다. 미국 콜럼비아대 언어 심리학자인 하버트 테라스교수는 유인원이 인간의 언어로 소통했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코코와 같은 유인원이 사용하는 수어는 먹을 것을 달라는 등 주로 동물적 필요를 몸짓 기호로 전달한 것에 불과하며, 그것은 개나 고양이가 주인과 소통하는 바와 다르지 않다고 말하였습니다. 더욱이 소통이라는 것도 연구자의 표정과 몸짓을 모방하거나 학습된 방식으로 좋은 반응을 얻는 것에 지나지 않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이처럼 코코를 스타로 만든 고릴라 재단의 연구 실적은 1980년에 들어서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는데 비판의 논점은 의미가 과장되었고, 통역의 변수가 너무 많고, 검증 가능한 데이터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환경론자들에 의해 누구도 대놓고 말하지 못했지만 BBC가 보여준 코코의 인상적인 장면은 재단이 제공한 몇몇 영상뿐이었으며, 이것은 고릴라 재단의 후원을 위한 쇼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코코는 인간과 너무 오랜시간 지낸 탓에 다른 고릴라와 소통하지 못했고 무리에 동화될 수 없었습니다. 암컷 코코는 출산하지 못했고 46살에 죽었는데 46년을 살도록 단 한 번도 인간에게 질문하지 않았습니다. 

 

✼ 질문하지 않는 고릴라

고릴라는 질문하지 못하지만 인간에겐 질문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대답을 들은 후에도 또다시 이렇게 질문합니다. "왜요?" 2010년에 한국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당시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개최국인 한국의 기자들에게 특별히 질문하도록 배려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인 기자들은 당황해서 아무런 질문을 하지 못해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한 개인은 집단속에서 질문하기 꺼려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내면에 사회적으로 망신당하거나 배척당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기자들은 벌거벗은 임금님 앞에서 진실을 밝히는 질문을 잘하지 못합니다. 더욱이 사회적으로 침묵을 강요하고 맹목적인 순응을 독려하는 문화적 배경에서 '왜죠?'라는 질문은 참으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왜'라는 질문은 무지의 장막을 벗어내고 다른 사람의 행위와 주장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드러내 줍니다. 

 

사람은 집단 속에서 권위에 쉽게 복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1966년에 임상심리학자들은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실험하였는데 간호사와 친숙하지 않은 의사가 전화해서 환자에게 허용되지 않는 약물을 명백히 초과 주입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충격적이게도 95%의 간호사들이 그 지시를 따랐는데 이것은 의사라는 권위에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고 복종하는 선례로 남았습니다. 한 개인은 집단 속에서 정체성을 잃고 스스로의 판단을 내던진 채 맹목적으로 권위 있는 인물을 추종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심리학에는 '몰개성화'(deindividuation)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것은 어떤 개인이 집단의 구성원이 되면 집단으로 행동하는 상황에서 개인의 정체성과 책임감이 약화되고 집단이 추구하는 가치나 행위에 몰입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특히 한 개인이 정당이나 종교라는 큰 규모의 집단에 속하게 되면 자칫 몰개성화 상태에 이를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그는 평소에는 개인적으로 행하지 않았을 행동도 서슴지 않게 행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집단속에서 몰개성화에 이른 사람은 더는 고릴라처럼 질문하지 않습니다.

 

마치면서 

인간은 유인원과 달리 질문하는데 질문을 통해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드러냅니다. 어떤 질문은 즉시 대답을 얻지 못하지만 언젠가 진실에 이르게 합니다.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척당할까 두려워서 질문하지 못하고 집단에 맹목적으로 순응하는 사람은 어쩌면 가장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일지 모릅니다. 사실 질문은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도 성장하게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침묵한다면 개인도 집단도 더는 성장하지 못하고 고릴라연구가들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개인이 어떤 이유로 집단 속에서 고릴라처럼 질문하지 못하는지 정리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