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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임상심리

트라우마,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해방되는 3가지 방법

by sonjit 2024. 10. 4.

트라우마는 그리스어로 '상처'에 해당하는 traumat에서 유래하였는데, 이것은 일상적인 경험의 범위를 넘어선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심리적 외상을 뜻합니다. 트라우마는 각종 사고나 재해, 전쟁으로 인해 사망과 심각한 부상을 직간접으로 경험하거나 성폭력 경험을 한 사람이 느끼는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많은 시간이 지났어도 정신과 신체에 지속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해방될 수 있는 3가지 방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심리상담센터의 내담자반응

1. 망각

우리는 슬프거나 불행한 일을 겪었을 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되는데, 이 말은 민족적으로 고통스러운 경험을 많이 한 유대인들이 유대교 경전인 타나크의 주석인 미드라시에서 인용한 것을 우리나라 종교계에서 빈번하게 차용한 것입니다. 이 문구는 우리의 뇌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망각이 주는 선물을 잘 예시합니다. 심리학에서 기억은 뇌에서 정보의 저장과 인출하는 능력이며, 망각은 기억이 손실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런데 망각은 다분히 선택적이고 의도적으로 보이는 데 정말로 중요한 것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면 그것은 그의 뇌가 그것을 중요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이러한 증상은 또다시 닥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작용일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에 해당하는 한 가지 상황이 발생해도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상처받지는 않으며 그렇기에 모든 사람이 동일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기억은 정보를 재인출하면서 처음의 기억을 재구성하고, 그렇게 고통스러운 기억이 재구성되면 기억은 돌에 새긴 것처럼 각인될 위험이 있습니다. 살아있는 한 인간이 멈출 수 없는 두 가지는 호흡과 생각인데, 숨을 어느 정도 참을 수 있듯이 생각도 멈출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의도적으로 고통스러운 생각을 멈추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트라우마도 덜 중요한 일이 되어 우리의 뇌에서 서서히 망각 될 수 있습니다.

 

2. 승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유대인들은 나치에 의해 민족적으로 트라우마를 입었는데 이러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이라는 기념관을 건립하고 그 사건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홀로코스트는 유대인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인데 어째서 이들은 기념관을 건립하고 매년 기념행사를 가질까요? 유대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제주 4·3사건이나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고 기념관을 건립하였습니다. 또한 몇몇 단체는 일본군에 의해 고통을 겪은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고 기념합니다. 이러한 행위에 담긴 정치적인 의도는 차치하고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고통스러운 기억을 기념할까요? 그것은 비록 각인된 고통스러운 기억은 지울 수 없지만 그것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승화시키는 과정입니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기억이 편향되기 때문에 가능해집니다. 우리의 뇌는 과거의 경험을 재인출할 때 현재의 기분과 정서에 의해 왜곡됩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나누고 공감하며 위로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슬픈 기억도 그렇게 슬프지 않은 기억으로 편향될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사실을 그대로 기억하기보다는 바라는 대로 재구성하여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겪은 트라우마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거나 그것을 기념할 만한 일로 책을 쓰거나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을 돕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자신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승화시키는 방식으로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3. 치료

한 신사가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정신과를 방문하였는데 의사가 말하길 "찰리 채플린 영화를 많이 보세요. 그러면 좋아질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신사가 말하길 "제가 찰리 채플린입니다." 유대인 영화배우인 찰리 채플린은 미국에서 공산주의자로 몰려 추방되었다가 1972년 4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공로상 시상자로 선정되면서 무려 20년 만에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는 사망하기 직전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이 정말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는 아픔을 잘 이겨낸 것 같습니다. 보도에 의하면 2015년에 한국에서는 순직한 소방관보다 자살한 소방관이 6배나 많았습니다. 소방관 100명 중 한 명은 매일 죽음을 생각하며 40%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트라우마로 생긴 우울증은 시간이 지난다고 주위로부터 위로를 받는다고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정신과의 항우울제 처방과 더불어 심리상담을 병행하여 심리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긍정심리학에는 외상 후 성장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이것은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이 심리치료를 받고 회복 과정을 거치면서 긍정적인 변화와 성장을 경험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심리적 외상을 입은 사람은 심리치료 받는 것을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겠습니다.

 

 

마치면서

감정적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도우려는 공감 능력이 발달한 사람에게 한 가지 유의할 사항이 있습니다. 공감은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자 하고 이해하려는 것에 시작됩니다. 이처럼 공감은 다른 사람의 감정과 처지를 이해하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 사람의 아픔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그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전환해서 돕는 사람마저 고통스럽게 만들지 않습니다. 내담자와 라포가 형성된 심리상담자는 역전이가 일어나 치료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내담자가 겪는 심리적 고통은 그 사람의 역사이자 왜곡된 감정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성숙한 상담자는 모든 진실을 다 알 수 없음을 겸허히 인정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해방될 수 있는 3가지 방법을 정리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