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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임상심리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코다가 겪는 3가지 어려움

by sonjit 2024. 9. 29.

코다(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s 즉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자녀들을 의미합니다. 보도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농인의 90% 이상이 정상적인 청력을 가진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공통적으로 겪는 3가지 문제를 살펴보고 사회적 및 심리적으로 어떤 지원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코다

1.  이중 언어를 접하는 코다

일반적으로 아기는 생후 6개월쯤이면 옹알이를 하는데 학자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옹알이는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말소리를 듣고 따라 하는 일종의 강화 연습입니다. 영국의 「더 타임스」지에 의하면 농인의 자녀인 코다는 부모의 의사소통 방식인 수어를 모방하여 손으로 옹알이를 한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코다 아기가 사용하는 옹알이는 단순한 손동작과 달리 뚜렷한 형식의 리듬이 있는 특별한 손동작으로 옹알이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구보도에 의하면 코다의 모국어는 농인부모가 사용하는 수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어는 비장애인이 사용하는 언어와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언어는 음성언어이지만 수어는 영상언어를 기반으로 생성된 독특한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코다의 부모인 농인은 청인 자녀와 수어로 대화를 나누길 원하지만 더불어 청인으로서 말도 배우길 원합니다. 그래서 농인 부모는 조부모가 청인이라면 한동안 자녀를 조부모에게 의탁하여 양육합니다. 만약 마땅히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조부모가 없다면 농인 부모는 어떻게 자녀가 말을 배울 수 있도록 할까요? 놀랍게도 집에서 하루종일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방법으로 코다가 말을 배울 수 있도록 합니다. 그로 인해 대개 코다의 언어발달이 청인 부모를 둔 자녀보다 늦게 발달하며, 학령기에 접어들어서 읽기와 쓰기면에서 상당히 뒤처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코다는 이처럼 주변사람들이 사용하는 음성언어인 말과 농인 부모가 사용하는 영상언어인 수어를 동시에 접하는 이중언어자가 됩니다. 이중언어를 처음부터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너무나 상이한 두 언어를 접하는 코다에겐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물론 정체성의 혼란과 같은 심리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2.  농인 가정의 통역자로 양육되는 코다

코다는 농인 부모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수어를 익히는 것은 물론 부모와 사회를 잇는 가교 역할인 통역자가 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수어를 익히게 됩니다. 그래서 일부 코다는 통역이 주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농인 부모를 멀리하는 방어기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개 코다는 가정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통역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통역자가 겪는 대표적인 어려움 중에 한 가지는 통역할 내용에 대한 기본 이해입니다. 통역자가 두루두루 상식을 갖추지 않았다면 유능한 통역자가 될 수 없습니다. 더욱이 의미에 적합한 상대 용어도 잘 알아야 하지만 의미에 맞게 의역하거나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코다는 이런 통역자의 자질에 순발력까지 갖춘 동시통역자가 되어야 합니다.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통역은 보수를 통해 보상을 받는 전문가로 인정되지만 농인 가정에서 이루어진 통역은 보상은커녕 자칫 미숙한 통역으로 인해 면박과 화풀이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장을 잃고 보수마저 받지 못한 농인 부모가 회사와 실랑이를 벌이고 정부 기관을 찾아다니면서 사정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어린 코다 자녀가 통역자로 나서게 된다면 어떤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될까요? 사실 코다는 농인의 자녀일 뿐 농인의 통역사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복지국가에서는 전문 수어통역사를 양성하지 코다에게 통역을 전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많은 코다가 가정의 통역자로 양육되며 가정과 사회에서 말 못 할 상처를 받으며 혼란 속에서 성장합니다.

 

3. 부모의 보호자가 되었으나 자립하지 못하는 코다

농인 가정의 통역자로 성장한 코다는 부모의 역할을 대신해야 하는 상황을 너무 일찍 직면하면서 사회의 차별과 편견, 불평등에 맞서고 여러 가지 부조리를 경험하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통역자로서 가정의 해결사가 되어 안타깝게도 자기가 행동하는 것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인간에게 유년기는 꿈을 키우고 인격을 형성하는 매우 소중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는 실수와 잘못을 해도 사람들은 크게 개의치 않으며 관용적으로 대합니다. 그러나 통역자로 양육된 코다는 자칫 자신의 실수와 잘못이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한 정신적인 중압감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내면에는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독선적인 성향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향이 형성된 사람은 매사에 부정적인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보기 때문에 쉽게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외톨이가 될 수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자립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향의 코다는 부모를 떠나 자립하지 못하는 이유가 부모의 장애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는 자신의 내면의 문제임에도 쉽게 인정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장애인일지라도 균형적인 감정을 유지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한 사람은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독선적인 사람은 정작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며 부모를 떠나 자립하려는 용기를 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마치면서

코다는 태어나자마자 이중언어를 접하게 되며, 가정의 통역자로 양육되어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는 보호자가 되었지만 정작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온전히 자립하지 못할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농인에 대한 처우와 인식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코다에 대한 인식은 매우 미흡한 상황입니다. 코다 가정에 대한 통역 서비스가 더욱 정교하게 갖추어져야 하며 코다에 대한 심리치료 지원도 체계적으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코다가 겪는 3가지 어려움을 정리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