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기관을 설립하거나 그러한 곳에서 사회복지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 사회복지 공무원들을 상담해 보면 한 가지 공통된 특성을 보이는데 대체로 동정심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따금 뉴스 보도에서 사회복지사가 클라이언트에게 갑질을 하거나 폭력을 휘두르거나 심지어 살인을 저질러 악당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동정심 많은 사회복지사가 어쩌다가 그런 폭력적인 사람이 되었으며,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ref. 여기서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을 통칭하는 표현임)
1. 사회복지사가 느끼는 슬픔
호주 국적의 여성 타라 윈클러는 "더는 고아원을 설립해서는 안 되는 이유"라는 주제로 TED강연을 하였습니다. 그녀는 캄보디아를 여행하는 중에 매우 열악한 어느 고아원을 방문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고아원이 기부금을 횡령하고 심지어 아이들을 성적으로 학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부패한 고아원에서 불쌍한 아이들을 구출하고자 결심합니다. 그래서 고국인 호주로 돌아와 홍보하고 모금을 한 후에 캄보디아에서 새로운 고아원을 설립합니다. 이처럼 동정심 많은 타라가 헌신적으로 고아원을 운영하다가 무언가 이상한 점을 감지하였습니다. 이곳의 아이들 상당수가 전쟁이나 질병, 사고로 인해 부모가 죽어서 고아가 된 것이 아니라 부모들이 고의로 자녀를 고아원에 버리고 간 것이었습니다. 그녀가 고아원을 설립한 2005년 이후로 캄보디아의 고아원의 수가 75%나 증가하였는데 동시에 버려진 아이들도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고아원에서 단기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동정심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아이들은 점점 관광상품으로 전락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더는 고아원을 설립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러한 사례는 사회복지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동정심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상과 달리 사회복지 현장에서 겪게 되는 괴리감으로 인해 기쁨보다는 슬픔이 주된 감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2. 사회복지사가 느끼는 두려움
동정심 많은 사회복지사가 사회복지 현장의 괴리감을 견디고 일을 지속하는 한 가지 동기는 소명의식이 있는데 이것은 대체로 종교적인 사명감에서 기인한 것으로 그 바탕에는 죄의식이 깔려있습니다. 죄의식은 두려움을 갖게 하고 그 일을 긍정적으로 수행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적이고 보수적으로 만듭니다. 사회복지사가 초심을 잃고 의무적으로 일을 하다 보면 사소한 부면에서 실수를 하거나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서 클라이언트와 잦은 마찰을 겪을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로부터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당하는 외상도 겪지만 스스로 자기가 일을 세련되게 처리하지 못했다고 여기는 내상도 입습니다. 더욱이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정기적으로 기관과 사회복지사를 평가하기 때문에 여기서 느끼는 두려움도 크게 작용합니다. 어느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는 자신이 우울증 예방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정작 자신이 정신과에서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죄책감이 든다고 말하였습니다.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의 조사에 의하면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냐는 물음에 사회복지사 4명 중 1명은 그렇다고 답을 하였습니다. 이처럼 동정심 많은 사회복지사는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을지도 모릅니다.
3. 사회복지사가 느끼는 분노
슬픔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회복지사가 겉으로는 아무 문제없어 보일 수 있는데, 그것은 동정심이 우월감에 기초해 있기 때문입니다. 동정심은 자비의 한 형태라고 말할 수 있는데 자비는 강자가 형벌을 보류하거나 약자의 불행을 보고 생긴 슬픔을 해소하기 위해 도움의 형태로 나타내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만약 사회적으로 강자가 동정심이 결여되어 있다면 그는 쉽게 잔인해져서 무자비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강자가 동정심이 없이 선행을 베풀었다면 그것은 냉정히 공의를 시행하는 법률가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월감에 기초한 동정심 많은 사회복지사는 점차 마음이 거만해져서 클라이언트가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면 구제 불능으로 여기거나 고압적인 태도를 보일 것입니다. 사회복지 기관의 클라이언트는 사회적으로 취약층에 해당하기에 이타적이지 못하고 매우 자기중심적인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때 동정심 많은 사회복지사는 그동안 보류했던 감정을 클라이언트에게 분노라는 형벌로 쏟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한 동기로 사회복지 기관을 설립하고 오랜 시간 훌륭하게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사람도 순식간에 폭력을 행사하는 악당이 되기도 합니다. 감정적으로 슬픔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가 결국 분노를 쏟아낸 사회복지사는 완전히 감정 에너지가 소진되어 번아웃에 이르는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마치면서
아마도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면 대부분의 교육 프로그램이 현실을 신속하게 반영하지 못하며 허공을 치는 이론에 치우쳐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 분야는 현장 경험이 매우 중요한데 사회복지사는 복지가 잘 이루어진 선진국은 물론 반대로 복지 개념조차 없는 후진국도 두루 경험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정부는 사회복지사의 처우를 제도적으로 잘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동정심 많은 사회복지사가 악당이 되지 않으려면 이들의 감정을 보살펴주는 심리지원 프로그램도 정교하게 마련되어야 합니다. 복지를 다루는 사회복지사에게 복지의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이 어려운 일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요? 이번 글을 통해 사회복지 종사자가 자신의 감정을 잘 분석해 보고 이들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함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사회복지&임상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격 단점으로 인한 심리적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16) | 2024.10.20 |
---|---|
강압적 통제, 교제 폭력을 예측하는 경고신호 (3) | 2024.10.15 |
부정적인 자동적 사고를 치유하는 3단계 방법 (2) | 2024.10.09 |
트라우마,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해방되는 3가지 방법 (0) | 2024.10.04 |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코다가 겪는 3가지 어려움 (0) | 2024.09.29 |